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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7.20 16:5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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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관리자
제목 : 군사연구와 국방정책 (국방일보)



제목 : 군사연구와 국방정책

저자 : 국방사부 선임연구원 백기인

수록 : 국방일보, 2001.02.22



군사연구는 국방정책을 입안하는 기초자료로서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어왔다. 저명한 군사사학자인 브라이언 본드(Brian Bond)는 일반적으로 군사문제를 다룬 많은 보고서들이 군사연구의 결과를 충분하게 반영하고 있지 못하다고 지적한 바 있었다.

군사기록의 치밀한 검토를 통해 군사교육은 물론 군인의 정신계발과 훈련, 나아가 정책 현안의 중요한 자료를 얻을 수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오늘날 주변국이나 우리나라의 국방정책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군사연구의 비중은 날로 증대되고 있다.

각국의 군사연구가 주는 교훈

한국전 참전후 중국은 전쟁에서 얻은 교훈을 바탕으로 군사개혁을 단행했었다. 현재도 북경에 소재한 군사과학원에서는 국방정책에 필요한 군사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국가적인 사업으로 추진된 당대중국총서(當代中國叢書)의 발간에는 그러한 군사연구의 결과가 반영되었다. 일본의 군사연구 또한 방위청 산하에 있는 방위연구소에서 전략적으로 수행하고 있는데 마찬가지다. 전사연구와 국방정책을 상호연결시킨 일본의 군사연구는 학문의 유용성을 중시하는 그들의 지적 전통과 깊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식정보국인 미국의 경우, 정부의 협조하에 국방부나 육군성과 같은 군관련 연구기관이 군사연구를 추진했다. 특히, 국방부내 역사담당관(historical staff)은 역사가로서 부내 역사의 기록 유지나 통합적인 역사 프로그램의 운용을 책임질 뿐 아니라 정책분석가로서 국방정책 수립에도 참여한다. 베트남전쟁이나 파나마 사태에 관한 군사·정치적인 분석에 의한 정책적 조언이 그 좋은 예다. 국립문서보관소에 소장되어 있는 자료의 활용과 함께 미국에서의 군사연구는 그 기능과 역할이 더욱 증대될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역사상 군사연구·편찬은 국방정책과 군사개혁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양란을 겪은 조선후기에 ''국가재조(國家再造)''가 지상 과제로 부각된 바 있다. 영·정조대에 이르러 국왕이 직접 왕조의 안위를 위한 국방개혁을 단행하였다. 당시 중국의『기효신서(紀效新書)』를 비롯해 한·중·일 3국의 3국의 병서를 검토하여『무예도보통지』나『병학통』과 같은 조선의 실정에 맞는 병서를 발간했는데, 이 편찬사업을 근간으로 조선의 국방체제 전반이 정비될 수 있었다. 조선을 중흥시킨 군주라 평가받는 영·정조는 병서편찬에서 시작하여 군사개혁을 도모했으니, 말하자면 군사연구를 기반으로 국방정책을 추진했던 셈이다.

현대에 와서 6. 25전쟁을 겪은 10여년후에 발족한 전사편찬위원회의 편찬활동은 그러한 정신을 계승한 한국군사연구의 초석이었다. 위원회는 전쟁의 역사를 기록하고 기리며 교훈을 되새기기 위한 여러 편찬을 추진했다. 당시의 업적은 오늘날 ''한국전쟁연구''에 결정적인 자료가 되고 있다. 그러나 위원회의 성과에도 불구하고 당시 공간사의 편찬은 기념적인 사업에 그친 감이 없지 않았다.

군사연구와 정책 개발

최근에 와서 군사연구는 과거사나 주요한 정책현안의 한 부분으로서 크게 주목되었다. 쟁점이 된 현안들의 역사적 연원을 이해하고 해결하기 위한 정책방향에 군사연구가 중요한 몫을 했기 때문이다. 노근리 사건을 비롯한 과거사 문제는 우리에게 군사연구의 소중함을 다시한번 일깨워주었다. 국가적 사업으로 추진중인 30년전 국방활동을 총정리하는 ''국방사(國防史)''의 편찬과정에서도 자료문제나 당시 국방정책이 시사하는 많은 교훈이 발견되고 있다. 이제 국방사는 국방정책의 개발에 필수적인 정보뱅크이다.

우리는 외국의 군사 경험에서도 충분히 그리고 신중하게 배워야 한다. 일찍이 도쿠가와 시대로부터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일본의 군사연구와 숱한 고전병서를 비롯하여 현대유격전의 경험적인 보고(寶庫)로 알려진 중국의 군사연구는 우리의 군사연구에 기폭제가 될 것이다. 관련국들과의 교류가 활발한 점으로 미루어 머지않아 상호간에 상당한 연구협력이 가능하리라 전망된다. 우리의 연구물인『한국전쟁(韓國戰爭)』3권이 일·영어판으로 출판되었는가 하면 관련 연구자를 초청한 공동세미나가 개최되는 등 이미 진척이 있었다. 관련국들과 군사연구의 교류가 본격화되면 국방정책 개발이나 군사외교 측면에서도 상당한 효과가 기대된다.

바야흐로 군사연구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절실한 때다. 우리는 ''군사연구(軍史硏究)''가 국방정책과 군사외교의 요체가 되고 있음을 주시해야 할 것이다.『열하일기』의 저자인 실학자 박지원은 ''실로 옛 것을 본받되 변화를 알고, 새롭게 하되 전범(典範)에 근거해야 한다''고 역설했으니, 오늘 우리가 참으로 음미해야 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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