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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자
2003.07.20 17: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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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관리자
제목 : 일본역사교과서의 파동 (국방일보)



제목 : 일본역사교과서의 파동

저자 : 군사편찬연구소장 하재평

수록 : 국방일보,2000.03.03


c 지금 한일관계는 자칫 냉각상태가 우려된다. 다름아닌, 과거 침략사를 미화하려는 소위 황국사관 추종자들에 의한 역사 교과서 다시쓰기 움직임 때문이다. 불쑥불쑥 제기되고 있는 일본 지도층의 ''망언''이나 ''망동''은 참으로 유감스런 일이다.

c그간 한일 사학자들이 공동으로 일본 역사교과서 왜곡문제를 다룬 적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 하타다(旗田巍)나 야자와(矢澤康福) 교수와 같은 양심적인 일본학자들은 이미 십수년전에 ''교과서 검증의 실태''를 폭로하며 자국민들의 왜곡된 역사의식을 비판했었다. 일본의 역사 교과서 파동이 한일관계에 결코 바람직하지 않으리라는 것은 삼척동자라도 알 수 있는 사실이다.
돌이켜 보면 20세기초 역사에는 참으로 암울한 얼룩이 있었다. 군국주의의 망령이 그것이었다. 당시 일본의 지식인들은 황국사관에 입각해서 ''대동아공영'' ''아시아적 근대''라 선전하며 침략을 합리화하는 궤변을 내놓았다.
c 이런 관학자들의 논리는 광기적인 군국주의자들의 야욕과 결합되어 ''주권선에서 이익선으로''라는 명분하에 대륙침략으로 이어졌다. 여기에 일본의 대중들과 군인들은 집단적으로 순응했다.
c전장으로 달려갔던 청년들은 ''텐노오''를 위해서 가미가제식으로 자기 육신을 포화속으로 던지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다. 그들은 자신의 육필원고로 ''내 목숨 달빛 아래 불탄다''면서 죽음을 영웅시했고 지켜보는 국민들도 ''반자이!''를 외쳐댔다.

c이처럼 이웃 나라를 침탈하면서 일본인 전체를 전쟁의 참화속에 추락시켰던 ''일본 제국주의 침략사''는 발전의 역사였다기 보다는 고통의 역사 그 자체였다. 그러한 역사를 이제 ''대륙진출''이니 ''근대화'' 운운하면서 다시 쓰겠다는 것이다. 일본내 역사학자는 물론 군사적인 교훈을 중시하는 군사 사학자들조차도 실상 당시 소화군벌(昭和軍閥)의 무모한 항진을, 일본 근대사와 일본 군대의 실패 요인으로 지적하고 있는 데 말이다. 군사사(軍事史)의 교훈에 의하면 군대의 조직이란 합리성에 기초할 때 유·무형의 전력 균형을 이룰 수 있다. 그러나 당시 일본 군부는 ''천황이데오로기''에 함몰되어 물량적인 열세하에서 비현실적이고도 무리한 작전을 감행했던 것이다.

c일본 보수주의자들이 미화하려고 하는 과거 침략사는 폭력에 대한 몰지성적인 찬미로 오늘의 동아시아나 세계평화에 조금도 보탬이 되지 않는다. 영국의 사학자 에릭 홉스 봄이 말한 ''극단의 시대'', 곧 20세기의 깊은 상흔이며 극복해야 할 파시즘의 ''어두운 그늘''이었다. 이제 일본인들은 ''침략''과 ''전쟁''을 ''근대''와 ''발전''으로 호도했던 두 얼굴을 가진 야누스적인 역사관에서 벗어나야 한다.
거듭 말하거니와 일본의 역사 왜곡은 양 국민은 말할 것 없고 전 인류에게도 불행이다. 일본은 경제 선진국으로 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에 문화 선진국이라는 평가에 걸맞도록 자중하고 차제에 보수강경의 잘못된 역사인식을 자정(自淨)해야 할 것이다. 역사가 주는 감계(鑑誡)를 한일 양국에 발전적인 미래의 동력으로 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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