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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자
2006.08.14 10: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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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13
글쓴이
관리자
제목 : [국방일보]베트남 정글의 영웅들-(28)김길부 중위
베트남 정글의 영웅들 - [군사기획]
[28] 김길부 중위
"소대 단위 단독 전과로는 최고 전공"

1966년 전반기까지 베트남 중부 고보이 평야를 평정한 수도사단은 푸깟 산악지대를 소탕하기 위해 9월 23일부터 맹호6호작전을 시작했다. 그러나 첫날부터 적을 발견할 수 없었다. 그들이 사전에 아군의 기도를 눈치 채고 작전 지역을 이탈했는지 아니면 어디에 숨어 있는지 행방이 묘연했다.

작전을 시작한 지 닷새 되는 27일이었다. 제1연대 10중대는 중대장 이정린 대위의 지휘로 같은 지역을 반복 수색했다. 그때 김길부 중위가 지휘하는 제3소대는 중대의 서쪽을 담당했다. 김중위는 전날 베트콩을 목격했던 의심 지역으로 향했다. 얼마 후 소대가 작은 계곡 암석지대 바위틈에서 사람이 겨우 들어갈 수 있을 정도 크기의 구멍을 찾아냈다.

김중위는 대수롭지 않게 지나치려다가 의심스러운 생각이 들어 내부를 들여다봤다. 놀랍게도 깊숙이 파인 동굴이 보이고 그 바닥에 냄비가 하나 놓여 있었다. 김중위는 소대원들을 동굴 입구에 배치한 후 전령 한국영 병장과 함께 몸에 로프를 감고 굴 속으로 내려갔다.

좁은 통로를 따라 10m쯤 들어가자 보통 방 넓이의 공간이 있고 바위틈으로 들어온 한 줄기 빛이 내부를 비추고 있었다. 그곳에서 좌우 측방으로 뚫린 통로를 찾아내자 잠시 어느 쪽으로 갈까 망설였지만 곧 사람 채취가 풍기는 우측을 택해 한 발 한발 조심스럽게 나갔다.

얼마를 더 들어가자 또 다시 밑으로 파인 수직 동굴이 나타났다. 한병장에게 로프를 잡게 한 김중위가 단신으로 7m 정도 내려가자 발이 지면에 닿았다. 그곳에서도 통로가 여러 갈래로 갈려 있었다. 숨을 죽이고 인기척이 나는 것 같은 곳을 향해 더듬어 나갔다.

그때 난데없이 수류탄이 한 발 날아왔다. 김중위는 움푹 파인 땅에 엎드렸다. 그 순간 바위에 부딪친 수류탄이 굉음과 함께 터졌다. 폭풍이 등 위를 스치며 흙먼지와 함께 파편 조각들이 우수수 떨어졌다. 또 한 발이 날아왔다. 동굴 속이라 고막이 째지는 듯 아팠다.

김중위가 정신을 차려보니 적들은 자신보다 낮은 곳에 있었다. 따라서 김중위가 공격을 가할 경우 그들은 벗어날 수 없었다. 그때 폭음 소리를 듣고 한병장이 달려왔고 굴 밖에 있던 2분대장과 무전병도 현장에 도착했다. 김중위와 한병장은 일제히 수류탄 3발씩을 던졌다. 기관포 같은 연발 폭음이 울린 후 정적과 함께 굴 안쪽에서 신음 소리가 들려왔다. “우리는 한국군이다. 손들고 나오면 살려 준다”고 소리쳤으나 적은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사격으로 응사해 왔다. 더 이상 지체할 수 없다고 판단한 김중위는 10m쯤 돌진한 다음 다시 수류탄을 던졌다. ‘꽝’ 소리와 함께 화약 냄새와 폭풍이 동굴 내부를 진동했다.

잠시 동안의 정적 후 동정을 살피며 전진하다가 일제히 플래시를 비추자 지하수가 질퍽한 바닥 위로 빨간 피가 물줄기를 만들며 흐르고 있었다. 주위에는 시체가 즐비했다. 모두 23구였다. 기관총과 기관단총 각 1정, 소총 16정, 크레모어 등도 있었다. 그때까지 소대 단위 단독 전과로는 최고 수준이었다.

김중위의 활약으로 적들이 작전 지역을 이탈하지 않고 동굴 속에 숨어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그때부터 각 중대가 정밀수색에 나서자 대부분의 지역에서 100여 개의 동굴이 발견됐으며 베트콩과 피난민들이 숨어 있었다. 정부는 동굴전투로 수훈을 세운 영웅 김길부 중위에게 을지무공훈장을 수여하고 소대원들에게도 응분의 포상을 수여했다.

<최용호 국방부 군사편찬연구소 연구원>

[국방일보-2006.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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