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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자
2006.02.14 10: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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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85
글쓴이
관리자
제목 : [국방일보](병영칼럼) 생일과 미역국
[병영칼럼]
"생일과 미역국"

지금부터 16년 전, 지금은 대학에 다니고 있는 막내딸의 여섯 번째 생일이었다. 엄마 아빠 그리고 언니의 선물을 받고 입이 함지박만하게 벌어진 막내딸과 함께 온 식구가 둘러앉아 미역국을 먹고 있는데 마침 현관에서 초인종이 울렸다. 그러자 그날의 주인공 막내딸이 밥을 먹다 말고 “왔다!”하고 소리지르며 쏜살같이 달려 나가는 것이었다.

어떻게 알았는지 아래층에 사는 딸아이의 유치원 친구와 그 애 엄마가 선물을 가져온 것이다. 그런데 조금 있다 또 초인종이 울리더니 이번에는 위층에 사는 친구가 선물을 가져 왔다. 또 조금 있다 초인종이 울리고 또 다른 친구가 선물을 가져 오고…. 초인종이 울릴 때마다 막내딸은 신이 나서 어쩔 줄 모르고 좋아했다. 덕분에 식구끼리 하려던 조촐한 생일 파티는 결국 동네 애들 잔치가 되고 말았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딸아이가 친구들은 물론 아파트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만나는 사람마다 어른, 애 가리지 않고 자기 생일에 꼭 오라고 며칠 전부터 광고를 하고 다녔다는 것이다. 심지어 모르는 어린아이가 하도 정색을 하고 초대하니까 그날 우리 집에 처음 와 본 사람도 있다. 어쩔 수 없이 온 사람들이나 부모인 우리 부부나 난처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그 후 우리는 염치없는 막내딸 덕분에 이웃과 친하게 지내게 됐지만 말이다.

세상이 아무리 살아가기 힘들어도 세상에 태어났다는 것은 어쨌든 신의 숭고한 뜻이며 축복임에 틀림없다.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는 말이 있듯이 인간의 탄생과 삶의 존엄성에 대한 우리 조상들의 긍정적 인식을 읽을 수 있다. 그러니 생일을 축하하는 것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당연한 일이라고 본다.

그러나 생일을 기념하는 의미에는 단순한 축하 외에도 앞으로 살아가야 할 험난한 인생에 대한 격려와 함께 자신을 낳고 길러 주신 부모님을 기억하라는 의미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생일에 아이들이 별로 좋아하지도 않는 미역국을 굳이 끓여 주는 이유는 바로 저를 낳을 때 산고를 겪으며 몸져누워 계시던 어머니의 고통을 생각하며, 그런 부모님의 뜻을 되새겨 보고 앞으로의 삶의 각오를 새삼 다짐해 보라는 데 있지 않을까. 즉, 축하보다는 보은과 당부의 의미가 강한 것이다.

그런데 요즈음 일부 계층에서 어린아이의 돌잔치나 생일 파티를 고급 호텔에서 하는 것을 보면서 아무래도 ‘이건 아닌데’ 하는 생각이 든다. 어린아이가 무얼 알겠으며 안다고 한들 그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자식 사랑은 이해하지만 결국 어른들의 허영심이 아닌가 싶다. 이렇게 어려서부터 과분한 대접을 받은 아이가 커서 무슨 효도를 하겠으며 자기가 속한 사회나 가난한 이웃을 위해 무슨 희생을 하겠는가.

우리 장병들도 부모님과 가정을 떠나 병영에서 생일을 맞으면 케이크나 피자가 없어 섭섭함을 느낄 수 있겠으나산고의 고통을 겪고 자신을 낳으신 후 기쁨의 눈물을 흘리시던 어머니·아버지의 사랑이 떠오를 것이다. 우리는 이 세상에 태어날 때 이미 가장 큰 축복을 받은 것이다.

부모님의 하늘 같은 사랑의 선물에 비하면 생일 케이크나 다른 선물은 너무 하찮은 것 아닌가.

<예·육군대령 원태재 군사편찬연구소 전쟁사부장>

[국방일보-2006.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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