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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자
2006.03.15 10:3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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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33
글쓴이
관리자
제목 : [국방일보](병영칼럼) 소박한 위인전
[병영칼럼]
"소박한 위인전"

과거 우리 어릴 적에는 유난히 위인전을 많이 읽으며 자랐던 것 같다. 아마 6·25전쟁 직후여서 너나없이 어려울 때이다 보니 어린 아이들에게 우리나라 역사에 대한 긍지를 심어주고, 또 위대한 조상들의 삶을 따라 배워 커서 훌륭한 인물이 되라고 하는 어른들의 숨은 배려가 있었다고 본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오늘날의 한국을 건설하는 데 위인전의 역할이 꽤 컸던 셈이다.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내가 보기에는 우리나라 위인전에 과장과 미화가 꽤 있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물론 다른 나라의 경우에도 그런 경향이 있지만 특히 우리나라 위인전에 나오는 주인공들은 대부분 부모님이 많이 배우고 가문이 훌륭하며 잘 생기고 용기 있으며 머리도 좋게 그려져 있다. 그러나 정작 위인전을 읽는 나와 같은 대부분의 어린이들은 부모님도 못 배우고 집안도 가난하고 생긴 것도 그냥 그런 데다 힘도 별로 없어 ‘오늘도’ 같은 반 친구에게 얻어맞고 들어오는 평범한 아이들이 대부분이라는 데 문제가 있었다.

아마도 필자 또래의 당시 많은 아이들은 위인전을 읽으며 주인공을 닮아 보겠다는 희망을 갖게 됐지만 경우에 따라 오히려 주인공의 ‘타고난 탁월함’ 때문에 적지 않은 좌절을 맛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렇게 되면 벌써 위인전은 읽는 어린이들로 하여금 ‘따라 배우게’ 하는 효과가 반감되게 마련이다. 어린이들은 위인들을 ‘남보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 역경을 딛고 인간 승리한 우리의 이웃’으로서가 아니라 원래부터 ‘하늘이 낸, 가까이 하기에는 너무 먼 당신’ 쯤으로 인식하게 될 테니까.

1950년부터 일본 홋카이도 신문에 무려 17년 동안 연재돼 대히트를 치고 나중에 우리나라에서도 번역돼 많이 읽힌 책 중에 ‘대망’이라는 소설이 있다. 몇 년 전에 ‘도쿠가와 이에야스’라는 원제목으로 다시 번역돼 나왔다는 얘기를 들었지만 아무튼 그 소설에는 여러 인물이 나오는데 주로 오다 노부나가, 도요토미 히데요시, 도쿠가와 이에야스 등의 파란만장한 삶의 행적이 그려져 있다. 특히 우리나라를 침략한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영웅’으로 묘사된 것이 몹시 언짢기는 하지만, 외모가 ‘원숭이’를 닮았다는 ‘하찮은’ 그가 역경 속에서도 모든 경쟁자를 극복하고 마침내 천하를 장악하는 큰 인물이 돼 가는 과정이 잘 그려져 있는 장편소설이다.

그런데 이 소설이 히트를 친 이유가 문학적 평가와 관계없이 당시 일본 사회가 처한 시대적 환경과 관계가 크다는 것이다. 즉, 태평양전쟁에서 패망한 이후, 좌절과 절망의 나락에서 방황하던 일본인들과 일본 사회가 이 소설을 통해 희망과 꿈을 되찾았던 것이다. 심지어 부도 때문에 자살을 하려고 마음먹었던 중소 기업체 사장이 죽기 전날 이 소설을 읽고 다시 재기했다는 일화도 있었다. 아마 당시 어려움에 처해 있던 일본 사람 대부분은 “그래도 내가 도요토미 히데요시보다는 낫지 !” 하면서 희망을 되찾았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나라에서도 요즈음같이 어려운 때에 꿈과 희망을 줄 수 있는 인간 승리를 다룬 소설이나 드라마가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하기는 과거 우리의 부모님 세대는 지금보다 훨씬 더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오늘날의 한국의 번영을 이룩해 놓지 않았는가.

<원태재 군사편찬연구소 전쟁사부장 >

[국방일보-2006.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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