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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8.28 09: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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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북한의 생존딜레마와 核



제목 : 북한의 생존딜레마와 核

저자 : 국방사부 연구원 이미숙

수록 : 국방일보,2003.08.05


모든 사회주의체제가 공통적으로 사회주의 통제원리의 비효율성으로 인해 쇠퇴했다면 북한도 결코 예외가 아니다. 북한이 당면한 심각한 체제위기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어떤 형태로든 변화를 추진할 수밖에 없다는 것은 여타 사회주의를 경험한 국가들이 시사하는 바다. 북한도 변화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 그러나 체제유지를 위협하는 변화를 선택할 수 없다는 데에 북한의 딜레마가 있다.

북한이 가장 큰 위협으로 인식하는 대상은 미국이다. 6·25전쟁을 통해 미국의 가공할 군사력을 확인한 김일성은 미국을 한반도의 통일을 가로막은 ‘철천지 원쑤’로 규정, 적대시했다. 그러나 1980년대 말 냉전체제의 와해와 사회주의 국가의 붕괴로 심각한 경제난과 국제적 고립이라는 절체절명의 위기상황에 처한 북한으로서는 적대국으로 간주해온 미국과의 관계개선이 불가피했다.

하지만 ‘반제국주의 투쟁노선’을 추진해온 김정일로서는 자신의 통치기반을 훼손할 정도로 미·북관계가 확대되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따라서 김정일이 미국과의 관계개선을 위해 제시한 히든 카드는 변화가 아니라 핵이었다. 북한의 생존을 위한 개혁과 개방이 아니라 체제유지를 위한 핵위협이었다. 개혁과 개방은 북한의 생존을 위해 당연히 필요하지만 동유럽 국가와 소련처럼 체제를 붕괴시킬 수 있다는 딜레마를 극복하지 못한 것이다.

북한은 90년대 초반 핵위기를 조성한 후 핵무기의 불투명성을 협상카드로 활용한 결과 1993년 6월11일 핵무기를 포함한 무력의 불사용, 자주권 존중, 내정 불간섭 등에 합의한 ‘미·북 공동성명’을 선언했고 이듬해 10월21일에는 ‘미·북 제네바 기본합의문’을 체결함으로써 이같은 성명 내용을 재확인했다. 이로써 북한은 핵안전과 경제지원을 보장받고 체제를 유지할 수 있었다. 또 2000년 10월12일에는 ‘공동 코뮈니케’를 발표, 미·북 쌍방은 적대적 의사를 가지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하고 93년의 ‘미·북 공동성명’이 유효함을 거듭 확인했다. 그러나 이러한 합의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결코 핵을 포기하지 않았고 오히려 별도의 핵개발을 추진해왔다.

2001년 9·11테러 이후 미국의 선제공격 위협(preventive preemptive strike)이 가중되자 북한은 체제안전을 보장받기 위해 핵개발 위협을 다시 들고 나왔다. 지난해 10월 핵개발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라고 시인한 이래 핵시설에 대한 봉인을 제거하고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를 선언하는 한편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감독관들을 추방하는 등 벼랑끝 외교를 강행하면서 체제보장을 요구하고 있다. 최근 들어 북한은 미국이 대북 적대정책을 철회하고 불가침을 보장한다면 미국의 ‘우려사항’을 해소할 용의가 있음을 강조하는 등 체제위협 해소에 사활을 걸다시피하고 있다.

하지만 이라크가 대량살상무기를 갖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미국으로부터 공격을 받았다는 논리를 펴고 있는 북한이 핵을 투명하게 포기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이러한 의구심은 미·북 합의를 사문화시키는 북한의 끊임없는 핵개발로 이미 수 차례 확인된 바 있다.

핵은 생존의 딜레마에 빠져 있는 북한체제를 지켜주는 유일하고도 강력한 담보다. 북한은 핵무기를 위시한 군사력만이 체제개혁과 경제개방을 추진하지 않고도 현실적으로 체제를 유지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라고 믿고 있다. 그런 까닭에 북한은 체제를 보장받기 위해 핵포기를 운운하면서도 한편으로는 핵보유를 준비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우리가 핵포기 협상에 매달리는 동안에도 북한의 핵개발은 계속되고 있다. 실제로 북한은 99년 이후 예산의 14.5% 안팎을 군사비로 책정해오다가 2003년에는 15.4%로 상향조정, 최첨단 군사력 강화에 진력하고 있다. 설령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체제를 보장받는다 하더라도 체제 자체의 한계로 인해 위기에 처하게 되면 또다시 핵개발 위협을 가해올지 모른다.

따라서 북한이 검증 가능하고 돌이킬 수 없는 방법으로 핵개발 계획을 포기한다 하더라도 생존의 딜레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 투명성을 전제로 한 핵포기라고 보기는 어렵다. 그것은 체제유지를 위한 포기일 뿐 북한과 인민의 생존을 위한 개혁·개방을 전제로 한 포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북한은 생존문제 해결의 기본열쇠가 핵포기를 가장한 핵개발에 있는 것이 아니라 투명한 핵포기에 있다는 것을 한시바삐 깨우쳐 변화의 길로 나서야 한다. 그것이 진정으로 북한이 사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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