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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7.20 19:5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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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건군 54주년 국군의 날에 부쳐 (국방저널)



제목 : 건군 54주년 국군의 날에 부쳐

저자 : 국방사부 선임연구원 백기인

수록 : 국방저널, 2002년 10월호


쉰 네 번째의 ''국군의 날''을 맞아 이 날의 의미와 정신을 다시 한번 되새겨본다. 이번이 쉰 네 번째니까 이제 우리 군은 장년국군(壯年國軍)이 된 셈이다. 1948년 정부 수립과 동시에 초대 국방부장관으로 취임한 이범석 장관이 당시 국군을 신생 대한민국의 보루로서 ''청년국군(靑年國軍)''이라고 하면서 그 장도를 축하하던 때로부터 그렇듯 연륜을 가진 군대가 된 것이다.

''국군의 날''의 기원과 그 정신

이렇게 보면 ''국군의 날''이 마치 1948년 정부 수립에 의한 국방조직의 형성과 관련이 있는 듯하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정부 수립과 더불어 우리 군이 조선경비대와 조선해안경비대로부터 육·해군으로 재출발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이 곧 국군의 날의 기원으로 연결된 것은 아니다. ''국군의 날''이 정식으로 제정되기 전에 우리 군은 각 군별로 자체의 창설일을 기념하고 있었다.

육군은 1946년 1월 15일 조선국방경비대(朝鮮國防警備隊)로부터 출발하여 1948년 정부 수립 이후 국군으로 개편되었기 때문에 1월 15일을 창설일로 기념하였다. 해군은 1945년 11월 11일 해군의 전신인 조선해안경비대의 모체가 된 해방병단(海方兵團)의 창설일을 기념일로 삼았고, 해병대 또한 창설일인 1949년 4월 15일을 기념하였다. 그리고 1949년 10월 1일 육군에서 독립한 공군은 육군으로부터 분리되던 그날을 창설일로 정하여 기념하였다. 이렇듯 각 군은 저마다의 기념일을 갖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던 중 1955년 8월 30일 국무회의에서는 각 군의 기념일을 대통령령 제1084호로 제정 공포하여 그 의미를 기리도록 하였다. 각 군의 기념일에 대한 역사적 의의를 깊게 하고 국군의 사기와 국민의 국방의식을 함양하여 국토방위의 태세를 공고히 한다는 것이었다. 이때 육군의 기념일은 6·25전쟁 중 3사단사령부가 38선을 돌파하던 10월 2일로 변경되었다. 그러나 1년 뒤에 각 군의 기념일을 통합하는 제안이 이루어졌다. 1956년 9월 14일 열린 국무회의는 종래 각 군별로 기념하여 오던 육군, 해군, 공군의 기념일을 통합함으로써 경비와 시간을 절약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10월 1일을 ''국군의 날''로 결정했던 것이다.

마침내 9월 21일 대통령령 제1173호에 의해 ''국군의 날''이 공식 선포되었다. 이로써 각 군의 기념일은 국군 전체의 기념일로 단일화되었다. ''국군의 날''이 10월 1일로 통합된 데에는 여러 의미가 함축되어 있다. 무엇보다 대한민국 국군으로서 일체감을 조성하여 확고한 국방태세를 다지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10월 1일의 연원은 6·25전쟁 당시 국군이 낙동강방어선을 사수하고 인천상륙작전을 계기로 반격을 시작하여 마침내 38선을 돌파한 승전일이었다. 당시 국군 3사단 23연대(11중대)는 미군의 진격보다 무려 1주일을 앞당겨 10월 1일 양양축선상의 38선을 돌파하였다. 국군의 38선 돌파는 국군에게는 물론 온 국민의 기쁨이자 희망이었다. 이승만 대통령은 전날 유고(諭告)로 국군의 ''분투성공(奮鬪成功)을 기원하였고, 당일 제1군단장 김백일 장군은 기념목비를 세워 이를 기념하였다. 실로 38선 돌파는 군사적인 전세의 전환을 넘어서 백척간두의 위기를 극복하며 민족의 기개와 자신감을 회복한 전기였다. 그러한 민족정기 회복의 산파가 바로 국군이었던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국군의 날''은 정신적으로 3군의 통합을 지향하면서 국군의 기상과 진취성에 따른 상무정신을 민족 정기로 승화시켜 국가적 동력(動力)으로 삼으려는 것이었다. 그러므로 ''국군의 날''은 단지 군의 창설 기념일이라는 차원을 넘어서 전 국민의 참여가 수반된 거국적인 행사였다. 더욱이 북진통일이라는 국군 진격의 최총 목표가 시사하듯이 민족통합의 시대적 사명을 다하고자 했던 38선 돌파라는 계기적 사건에 근거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 군이나 국민으로 하여금 민족의 숙원인 통일의 역사적 사명을 상기시켜주고 있다고 하겠다.

국군의 발자취

국군은 전쟁의 값진 체험을 기반으로 한·미간의 동맹관계를 연합방위체제로 발전시키면서 자주국방의 기틀을 마련해왔다. 6·25전쟁 발발 당시 고작 10만도 채 못되던 국군은 확고한 한·미상호방위조약(韓·美相互防衛條約)에 토대를 두고, 1954년 전후로 20개 사단 40만명, 1958년경에 60만명 수준에 도달하면서 양·질적으로 오늘 우리 군의 토대를 마련하였던 것이다.

동·서간의 냉전이 심화된 1960년대 ''월남전의 미국화''가 진행되던 상황에서 국군은 베트남 파병을 통해 국가경제에 보탬을 주었음은 말할 나위없고, 실전경험을 바탕으로 하여 고도의 위기관리체제와 군사대비태세를 유지하게 되었다. 나아가 해외파병의 결실은 국제군으로서 국군의 위상을 정립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최근의 PKO 또한 그러한 파병사의 전통을 계승하고 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이와 같은 역사적 배경 하에서 국군은 1970년대에 군현대화에 박차를 가함으로써 자주국방의 기반을 조성하였다. 국가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설정한 ''국방목표''를 분명하게 인식하고, 이에 따라 국방정책의 체계화 및 전력증강, 국방기획관리 및 전략기획의 통합, 나아가 독자적인 전쟁수행 능력의 확충에 힘썼던 것이다. 국군의 발전은 1980년대에 와서는 조직을 정비하는 한편, 제2차 율곡사업(''82∼''86년)을 추진하여 한국형 전차라고 불리는 K-1 전차를 비롯하여 토우 대전차유도탄, 한국형 구축함 등을 생산하여 실전배치함으로써 무기체계의 국산화에 성공하는 단계에 도달하였다.

바야흐로 국군은 1990년 이후 증대되고 있는 대테러의 국제적 연대에 동참하는 가운데 각 지역분쟁을 조정 관리하는 국제군으로서의 역할을 의연하게 수행하고 있다. 국내적으로는 확고한 연합방위체제를 정착시켜 최고 수준의 전쟁억제력을 유지하면서 군사대비태세를 강화해왔다. 오늘날 21세기 신국방 시대를 맞은 우리 군은 국방정책기획의 종합적 체계를 수립하고, 국방조직과 임무기능을 효율적으로 통합하면서 국방정보화에 매진하고 있다. 이제 국군은 지식정보사회에 부응하는 국민의 군대로서 나아가 첨단과학을 선도하는 과학정보군으로서 ''C4ISR체제''와 같은 전자전에 대비한 전력을 강화하면서 제반 국방운영의 혁신을 기하고 있다.

국군의 미래와 전망

''국군의 날''을 맞이 하여 그간 54년의 국방사(國防史)를 돌아볼 때 국군이 시련과 고난을 극복하면서 명실상부한 장년국군으로 성장했음은 자타가 부인할 수 없는 바이다. 그러한 국군의 성장과 발전은 하나의 전통을 형성하면서 우리 군의 밝은 미래를 기약해준다.

무엇보다 21세기의 세계 추세에 비추어 본연의 임무를 완벽하게 수행하면서 선진 군대로서 발돋움하기 위해서 군의 뚜렷한 역사의식과 현실인식이 절대 필요하다. ''의식은 국제적으로 행동은 민족적으로'', 이것이 오늘 우리 국군이 부여받고 있는 행동양식의 본질적 명제이다. 건군기 국군의 창설이 과거 민족사의 파괴와 단절을 딛고 일어서서 민족사와 민족의 정기를 회복하는 것이었다면, 이제 우리 군은 다시 제2의 건군의 정신으로 되돌아가 민족사적으로 역대 국군의 정통성을 계승하면서 국제군으로서 역할과 위상을 정립할 때인 것이다.

''국군의 날''의 제정 배경이 국군의 기상과 상무정신, 통합정신이었음을 상기하면서 우리 군은 모름지기 전환기적인 화해협력의 정신을 예리하게 직시하되, 군 본연의 임무에 충실해야 한다. 이를 위해 군은 강군(强軍) 육성을 위한 거시적인 노력과 아울러 교육훈련에 매진해야 하며, 국민통합과 민족발전의 구심체로서 정체성을 분명하게 인식해야 한다. 그 지향점이 바로 고도의 지식정보를 운영하는 정예의 첨단정보군이요 확고한 역사의식과 군인정신에 토대를 둔 정통성있는 민족군대이다. 추진 중인 군사혁신에서 첨단무기의 도입와 같은 기능주의적 측면 외에 올바른 역사의식과 현실인식에 기초한 군의 정체성 확립과 상무정신의 계승이 강조되어야 하는 것도 그러한 까닭이다.

요컨대, 오늘날 21세기의 국방환경에서 우리 국군이 지향해야 할 군대상(軍隊像)은 종적, 횡적 요인들의 집합이다. 종적 요인이란 건전한 역사의식에 입각하여 민족사의 정기를 계승하는 민족군대로서의 군대문화를 창조해야 하는 일이며, 횡적 요인이란 내실있는 국방개혁과 21세기형 국방인프라 구축사업을 포함하여 현대전이 요구하는 총체적인 국방역량을 강화해야 하는 일이다. 이것이 급변하는 시대적 환경에 부응하는 우리 국군의 과제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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